아버지와 함께 길을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이 구급차에 온라인바카라에 실려 왔다. 급히 수술실로 들어선 외과의사는 피투성이의 아들을 보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아니 우리 아들 용식이 아니냐?”
당신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아버지와 함께’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뭔가 복잡한 상황을 떠올리진 않는가? 문제는 간단하다. 수술실의 의사는 환자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지난 16일 개최된 의협 100주년 기념 여의사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대 최예진 씨(전의련 사회참여정책국장)는 의학전공 여학생에 대한 배려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주요 문제점 3가지를 지적했다.
앞서 말한 부분은 이중 ‘진로’에 해당한다. 산부인과나 소아과는 여자 전공의들이 많은 반면, 외과와 같은 곳에는 여자 전공의를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몇몇 과에서는 거의 ‘공식적으로’ 여자를 뽑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밤샘공부가 많은 의대의 특성상 소위 ‘혼숙’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학교 근처의 모텔을 이용하면서 생기는 ‘부정적’인 인식, 당사자들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도 함께 거론됐다.
이 문제는 이날 포럼에 다른 주제로 참가한 정승진 대전협 회장인 지적한 여성 전공의들의 당직실 문제와 함께 거론되기도 했다.
선배나 교수들로부터 듣는 ‘가벼운 농담’이 성희롱의 경향이 있는데도, 학생이라는, 혹은 후배라는 입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최 씨는 결론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부딪치기 싫으니까, 혹은 해야 할 공부가 많으니까’ 이러한 사례를 넘겨버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게되면 ‘아무리 사회가 변해도, 여학생과 여교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결국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